[ 雨天時取消: 孤 ]* 여러분이 몰랐던 에서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히히* 공미포 5,080 (공백 포함 7,344) "휴가를 좀, 쓰고 싶어서요." 편집장은 나의 갑작스러운 말에도 사흘의 휴가를 주었다. 글을 쓰는 것으로는 살아가기 까다로우므로, 그런 이유로 문장 교정 일을 시작한 지 다섯 달 만의 휴가였다. 퇴근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나는 사흘간의 휴가를 위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안경점에도 가야지, 하고 안경을 챙겼다. 컵도 바꿔야지, 하고 말려둔 컵을 챙겼다. 할 게 없으면 남은 일도 해야지, 하고 종이 더미를 챙겼다. 꼭 퇴사하는 것 같네, 하고 생각했다. 퇴사가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쉬는 일에 대한 두근거림이 없다는 것을 느낀 건 방금 전이었다. 잠시 ..
깜빡. 깜빡. 눈을 뜨니까 익숙함을 잃은 파란색이 보였다. 깜빡. 깜빡. 다시 눈을 떠도 그 파란색이 계속 보였다. 그건 단순히 너를 잃은 꿈이었다. * 깜빡. 눈을 다시 뜨니까 이번에는 아픈 빛이 보였다. 눈을 감은 채 손을 더듬어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쓰고 멍한 머리로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도저히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졸음이 몰려왔다. 다시 눈을 감자마자 불현듯 머릿속에 파랑이 스쳤다. "아..." 여전히 이불 안에 갇힌 채로 팔만 뻗어 다시 주변을 더듬었다. 언제부턴가 익숙해진 체온이 닿자 나는 그쪽으로 느릿느릿 움직여 그 체온에 파고들었다. 잠이 와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나는, 날 감싸 안는 체온에 몸을 맡기곤 그대로 두 번째 아침을 찾기 위해 눈을 감았다. 깜빡. 은근히 올라오는 더위를..
좋, 아. 좋아, 해. 사, 랑하고, 있, 어. A profane death; shed tears of repentance 내 생애 이야기 같은 건 진부하니 하지 않기로 했다. 새벽 3시 24분. 밤이 온 줄 모르는 도시는 눈 아픈 네온사인 빛과 가로등,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의 라이트로 이루어졌다. 오늘은 잠이 오지 않아 잠깐 밖이라도 나갔다 온다는 걸 꽤 멀리까지 왔다. 정신을 차리니 강을 건너기 위한 대교였다. 온갖 따스한 말이 새겨진 난간을 훑어보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분명 밤인데, 빛이라곤 하늘에 저 덩어리 하나 뿐일텐데 이상하게도 강은 덩어리의 하얀 빛보다 어디선가 흘러온 노란 빛이 더 많았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말이 서투른 사람이었다. 아니,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었다...
[ Recollection; I see you at the end ] 전지적 아라시점 6살. 어린 가을.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원에 나가 아이들과 모래 장난을 치고 있었다. 모래 뺏기 놀이를 하다간 지쳐서 각자 놀고 있을 때였다. 모래사장 밖에선 아이의 엄마들이 모여 수다스럽게 떠들곤 했다. 나는 갑자기 장난을 치다 말고 모래사장의 아이들 머릿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나까지 다섯. 고개를 돌려 이번엔 엄마들의 머릿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저런 어른들 따윈 보고 싶지도 않아. 그러나 기분은 확 가라앉았고 더 이상 모래를 가지고 놀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문득 마주 보고 앉아있던, 나보다 한 살 어린아이가 모래를 한 움큼 집어 입에 ..